살 수 있는 기회는 없었는가?
‘09. 05. 26. 허윤정
사건의 경위는 차지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락 후의 진행과정을
되돌려 보자.
1. 사고 직후 경호관은 어떻게 대응했나?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추락한 시각은 오전 6시 40분경. 경남
봉화산 내 30m 높이의 부엉이 바위에서 추락한 것을 목격한 경호관이 산길을
내려와 추락지점까지 도달하는데 수분 정도 걸렸을 것이다. 그 시간이면 전화를 한
통 이상 할 수 있는 시간이니, 119 구급차를 부르기에는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만약 경호관이 돌발 상황에 대한 지침을 숙지하고 있었으면 그런 상황에서
첫 행동은 당연히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어야 한다. 경호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닌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이하 법률) 제2조(정의) 제1항에서는
“경호”라 함은 경호대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신체에 가하여지는 위해를 방지 또는 제거하고, 특정한 지역을 경계․순찰 및 방비하는
등의 모든 안전 활동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만약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다 해도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대응방법을 알고 있다. 도움을
청해야 할 그 시간에 경호관은 허겁지겁 내려오기만 했을까? 아니면, 정말 응급구조에
필요한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전화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2. 위급 상황에
대한 사전준비는 없었는가?
경호하는 대상자가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대응매뉴얼이 없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젊은
청년이 아닌 전직대통령을 경호한다면 굳이 습격이 아니더라도 상식적으로 갑작스러운 건강의 악화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준비는 되어 있었어야 한다. 심근경색도 생길 수
있고, 뇌졸중도... 일상생활 속에서 그냥 마루에서 낙상했을 때도 응급상황은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예측 가능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매뉴얼은 물론 현장에서 어떻게 처치하고, 어떻게 이송하고, 어느 병원으로
이송하겠다는 등의 대비는 갖추어져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근거 법률에 근거하여
응급상황의 대응매뉴얼이 있는데도 경호관이 대응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며
응급상황을 누구에게 보고하고 어떤 지시에 의해 어떻게 대응했는지 다시 한번 따져볼
일이다.
만약 법률에도 불구하고 대응매뉴얼이 없다면 그야말로 절망스러운 일이다. 법률 제4조(임무)
제1항 제3호에서는 경호처의 경호대상은 “1. 대통령과 그 가족, 2. 대통령당선인과 그
가족, 3. 본인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하여 퇴임
후 7년 이내의 전직대통령과 그의 배우자 및 자녀. 다만
대통령이 임기 만료전에 퇴임한 경우와 재직 중 또는 퇴임 후 사망한
경우의 경호기간은 그로부터 2년으로 하되, 퇴임 후 사망한 경우의 경호기간은 퇴임일을
기산일로 한다. ”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이 전직대통령도 법률에 근거하여 현직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실제 상황에 대응 매뉴얼이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현 대통령에게 위급한 상황이 발생 했을때 대응매뉴얼은 무엇인가?
동일한 법률에 근거하여 전직 대통령의 경호에 대하여
어떤 매뉴얼이 있는가? 반드시 되짚어 봐야 할 지점이다.
3. 응급처치의 ABC도 모르는 경호라니...
군대를 다녀오고, 예비군 훈련만 참석해도
응급처치의 기본은 배운다. 추락이나 교통사고 같은 외상환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온 몸의 뼈가 조각나 있는데 혼자 들쳐 업고
뛰어간다는 건 뼈 조각더러 몸속에서 활개치라는 뜻이다. 부러진 뼈의 날카로운 절단면은
유리조각과 같아서 근처로 지나가는 혈관을 끊거나 갉아 더 많은 출혈을 일으켰을
것이다.
그래도 정황 상 이해한다고 치자.
맨 처음 구조 요청을 하지 않았으니 기다려도 올 사람이 없을 테고
그러니 들쳐 메고 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그 때라도 이송하기
적합한 구급차를 불렀어야 한다. 그래야 이송 중에 구급차 내에서라도 응급처치는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그 정도의 상식도 모르는 사람이 우리나라 최고
경호기관의 경호관을 할 수 있는가?
4. 살 수 있는 기회는 없었는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세영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7시
경으로 사고 후 약 20분 후이다. 봉하마을에서
세영병원까지 거리는 5km이고 이동 소요시간은 9분이라고 한다.
그 급한 상황에서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시골도로 5km를 9분에 갔으니,
교통법규는 잘 지킨 것이다.
발표대로
머리 손상에 의한 사망이었다고 가정해 본다. 전문 의사들은 추락 시 충격에
의해 뇌 기능이 멈추더라도 실제 심장이 멈추기까지는 5분 이상이 걸린다고 말한다.
만약 그 시간 내에 인공호흡이 실시되었다면 아니 그보다 몇 분 후라도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이 실시되었다면 심장은 되돌아 올 수 있을 것이고 아마도 지금
이 순간 그 분은 영안실의 싸늘한 주검이 아닌 중환자실에서 죽음과 사투하는
환자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초기 15분 동안 단 하나의 응급처치도
받아보지 못했다.
만약 직접적인 사인이
발표한 대로 머리 손상이 아니라면 더 억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그럴 경우 15분 내에 사망할 수 있는 이유는 커다란 혈관의
손상에 의한 과다 출혈이거나 심장의 직접적인 타격에 의한 부정맥(심장좌상) 또는 심장
손상이다. 그런데 만약 그런 원인이 아니라면 심장은 훨씬 오래 뛰다 멈췄을
것이다.
복부나 골반 출혈에 의한
출혈이라면 일정 시간 출혈이 생긴 다음에 뇌의 호흡중추가 멈추고 그 다음에
심장이 멈춘다고 한다. 만약 늑골이 다수 골절되어 폐기능이 저하되었다 해도 심장까지
멈추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맨 처음부터 구급대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이송 중에도 응급처치를 받지 못한 것이 죽음을
앞당긴 것은 아닐까? 물론 생존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도 최소한 피 한 방울 수혈해 볼 수 있는 생존의 기회마저
박탈한 것은 아닐까?
5. 더 늦기 전에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변사’의 경우 부검이 원칙이다. 물론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가족들의
의사가 가장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더욱이 전임 대통령을 잃었는데 그 분의
직접적인 사인마저 모른 채 그냥 떠나보내는 것이 옳은가?
법률 제4조(임무) 제1항 제3호에 근거하면 대통령이 퇴임 후
사망한 경우의 경호기간은 그로부터 2년으로 하되, 퇴임 후 사망한 경우의 경호기간은
퇴임일을 기산일로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한 2008년 2월 24일 자정을 기준으로 보면 2010년 2월 24일
자정까지는 권양숙 여사 및 자녀들의 경호기간이다. 전직 대통령의 경호를 위한 대응매뉴얼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하고, 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지켜지도록
챙겨볼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응급상황에서 피 한방울 수혈해 보지 못하고 필요한 초기 15분안에 심폐소생술조차
시도해보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는 응급의료 개선을 위해 대통령 임기 마지막 2008년에
투입된 응급의료 예산은 716억원에 이른다.
앞으로 이 같은 불행한 사태가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위해서 또한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전직 대통령의 경호에 대한 제대로 된 대접을 받게 하기 위해서라도 관련된 모든 경위를 철저히 파악하여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
참배 후...